솔라나의 ‘사가’ 스마트폰. /솔라나 모바일 X 공식 계정 |
온라인을 맴돌던 블록체인이 점차 실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침체기 ‘크립토 윈터’ 속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고도화하며 조용히 내실을 다진 덕분이다. 솔라나(SOL) 등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뿐 아니라 전통 대기업도 블록체인을 접목한 상품·서비스를 내놓으며 그간 대중에게 생소했던 기술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솔라나가 개발·출시한 세계 최초의 웹3 스마트폰 ‘사가(Saga)’는 최근 품귀 현상이 벌어지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4월 출시 당시의 출고가는 600달러(약 80만 원)였지만 지난달 29일 이베이 경매에서 출고가의 5배인 3099달러(약 413만 원)에 판매됐다. 솔라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밈(meme) 토큰’ 봉크(BONK)가 인기를 끈 탓이다. 사가는 구매자에게 3000만 개의 BONK 토큰을 덤으로 줬다. 그런데 BONK 가격이 전년 대비 10배 폭등하며 사가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솔라나 웹3 스마트폰 ‘사가(Saga)’가 지난달 29일 이베이 경매에서 3099달러(약 413만 원)에 판매됐다. |
사가는 웹3 스마트폰답게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앱 개발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솔라나 모바일 스택’과 이용자의 시드 문구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시드 볼트’, 솔라나 기반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디앱) 스토어 ‘디앱 스토어’ 등을 탑재했다. 모든 블록체인이 아닌 솔라나 생태계만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떨어지지만 웹3 기능의 상용화를 목표로 출시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의 유명 정보기술(IT) 전문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는 “(사가는) 시대를 앞선 제품일 수도, 완전히 쓸모없는 제품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가상자산의 현신”이라고 표현했다. 4개월 후인 지난해 8월에는 이더리움(ETH) 기반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이더리움 폰’도 출시됐다. 대중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소식이다.
가장 대중과 가까운 기업들도 조금씩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나이키는 대표 상품 ‘에어포스 원’과 대체불가토큰(NFT)을 연계한 새로운 한정판 상품을 지난해 출시했다. 10종의 에어포스 원 기반 NFT를 구매하면 각 NFT에 연동된 실물 운동화를 받아볼 수 있다. 나이키가 2021년 인수한 NFT 스튜디오 아티팩트(RTFKT)가 상품 개발을 담당했다. 배송된 실물 운동화에 부착된 아티팩트 WM칩에 휴대폰 카메라만 가져다 대면 실물 운동화와 NFT를 연동할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스타벅스 앱에 NFT 지갑 기능을 추가, 지난달 중순부터 NFT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사이렌 오더로 주문할 때 개인 컵을 이용하면 에코 스탬프를 모아 NFT로 교환할 수 있다.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만 1000만 명에 이르는 만큼 블록체인의 일상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생활과 맞닿은 상품·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웹3 시대가 성큼 다가온 모습이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의 김준우 공동대표는 “이제는 익숙해진 인터넷·모바일 기술처럼 웹3도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가 주목받는 시점”이라며 “올해부터 글로벌 대기업들의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 활용 사례가 보다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