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완 INF크립토랩 대표/사진 제공=INF크립토랩. |
인기 제품이 갑자기 단종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이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야심차게 신제품을 냈지만 프로덕트 마켓 핏이 맞지 않아 사라지는 제품들도 종종 있다. 오태완 INF크립토랩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제품과 연동된 대체불가토큰(NFT)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웹3 기술과 서비스가 특정한 업종 또는 시장의 패권을 뒤흔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웹3의 대중화, 일상화가 이뤄지면서 이러한 시각에 동조하는 기업 경영진들도 늘어나고 있다. 웹3 컨설팅 시장의 성장 전망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제품 연동형 NFT, 플랫폼 패권 흔들 것” 지난 달 25일 서울시 강남구 INF크립토랩 사무실에서 만난 오태완 INF크립토랩 대표는 올해 주목할 분야로 제품 연동형 NFT를 지목했다. NFT를 활용하면 제품을 만든 제조사가 고객과 직접 연결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쿠팡·네이버 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관련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이 가져간다. 마트나 편의점 등 오프라인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제품에 NFT를 부착하면 제조사는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만들고, 관련 데이터도 축적할 수 있다. 오 대표는 “제품은 사라져도 NFT는 남아 있기에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로열티 상품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연동형 NFT가 플랫폼 기업이 쥐고 있는 패권을 뒤흔들 혁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사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고객을 대상으로 소비자대상직접판매(D2C, Direct to Consumer)를 하는 데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NFT를 활용하면 신제품 출시에 앞서 수요를 파악하기에도 유리하다. NFT를 먼저 판매해 시장 니즈를 확인하고, 이후에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보내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불필요한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기업에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탈중앙화 브랜드를 구축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블록체인은 플랫폼 비즈니스 미래…신뢰 비용 줄인다 INF크립토랩은 아이티센그룹 투자로 설립된 INF컨설팅 자회사다. 오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전통 금융권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 가상자산 벤처캐피털인 마마벤처스 이사를 역임했고, 지난해 INF에 합류했다.
출처=INF컨설팅 공식 홈페이지 |
가상자산 업계로 뛰어든 배경을 묻자 오 대표는 “블록체인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라는 강력한 확신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아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현 사회는 개인과 개인, 더 큰 범위로는 국가와 국가 간에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범지구적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사안을 두고도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불신하면서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러한 신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람은 못 믿어도 코딩과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는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뢰할 필요가 없는(Trustless)’ 블록체인의 특징이다. 그는 “블록체인으로 사회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면서 “기존에 협력이 어려웠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블록체인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 “매주 IPO하는 것과 같은 효과” 토큰증권도 이러한 분야 중 하나다. 하나증권은 INF컨설팅을 토큰증권발행(STO) 플랫폼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여기에 100억 원대 금액을 투자했다. INF크립토랩도 이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오 대표는 “토큰증권은 블록체인이 핵심 기술은 아니”라면서도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횡성 한우 목장, 용산역 주차장 등 기존에 투자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토큰증권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발행자 입장에서도 자산유동화가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오태완 INF크립토랩 대표/사진 제공=INF크립토랩. |
오 대표는 토큰증권이 증권사의 차별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증권사마다 중개하는 금융상품은 대체로 비슷하다. 삼성전자 주식이나 S&P ETF가 어느 증권사에서든 똑같이 거래되는 식이다. 그나마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은 기업공개(IPO)다. 공모주 청약 때 거액이 움직이고 신규 가입자도 늘어난다. 오 대표는 토큰증권 시장이 열리면 “매주 IPO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경쟁에서 벗어나 각 증권사만의 혁신적 금융 상품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는 목장 운영자·주차장 사장 등 새로운 영업처를 대상으로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오 대표는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을 중심으로 STO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색다른 형태의 서비스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오 대표는 INF크립토랩을 “전통적 비즈니스 역량을 기반으로 웹3 산업을 혁신하는 컨설팅 기업”이라고 말했다. INF크립토랩의 공동 창업자도 회계사 출신이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에는 이 산업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빌더(Builder)들이 있고, 이들이 결국 매스어덥션을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INF크립토랩에서 빌더를 돕고, 언젠가는 직접 블록체인 서비스 빌더로 나서겠다”는 포부를 전했다.